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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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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을 뜻하는 코드명 '187'.. 자전적 얘기 담은 새 EP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 끝내 배가 침몰하기 시작하고 죽음을 앞둔 그때,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마주한다. 생존을 위해 바둥거리는 여성부터, 끝까지 품위를 잃지 않았던 중년신사, 침몰 직전까지 바이올린를 연주하던 악사들까지, 낯설지 않은 세상의 단면이다. 벼랑 끝에 내몰린 인간의 얘기를 풀어낸 래퍼 바스코의 새 EP [코드네임: 187]은 '타이타닉'의 결정적 한 장면에서 출발한 음반이다. 예를 들면, 죽는 순간까지 음악을 들려주던 악사들의 모습처럼 말이다. 힘을 빼고 느긋하게 죽음을 맞이하자, 오히려 잔잔하게 목을 조여오는 분위기다.

6트랙의 다소 짧은 러닝타임은 전체적으로 '분노'와 '여유'의 순간으로 나뉜다. 한국 힙합신에서 래퍼이자 한 아들의 아버지로 살아가는 자전적인 인트로 "187"과 마지막 트랙인 타이틀 곡 "Free Falling"이 앨범의 중심을 잡아주고 나머지 영역은 14년차 래퍼 바스코의 자신감으로 채웠다. 올해 왕성한 활동을 앞두고 현재 본인의 심정과 각오를 직간접적으로 드러낸 일기 같은 음반이다. 그간 배신, 이혼 등 부침을 겪으면서 느낀 감정이 자신감과 어우러져 또 다른 미래를 예고하는 식. '한 손엔 마이크, 또 다른 한 손엔 아들래미 손 / 숨이 막혀도 살아야돼 더 강하게' (인트로 "187")

힙합 특유의 흥도 놓지 않았다. '언더그라운드 킹'으로서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왕의 모습을 그린 "Underground King" 부터 자신감으로 가득한 래퍼가 던지는 메시지 "간지2", "살아있네" 등의 곡까지, 90년대 후반부터 이어온 커리어가 녹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흥미로운 트랙은 지난해 주목받은 신예 래퍼들이 참여한 "We Own It"이다. CJamm, Kid Ash, ODEE 등 핫한 루키들 사이에서도 뜨거움을 선사한 곡이다. 마지막곡 "Free Falling"은 지난 날의 순수함을 죽이고, 새롭게 태어나겠단 메시지를 표현한 메인 트랙. '자유낙하'란 타이틀이 의미하듯 자살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주제로 했다. 세상에 치이면서 점점 변해가는 모습, 그 과정에서 아무도 믿지 못하게 된 그가 자신의 순수함을 스스로 죽이면서 심적으로 자유로워지는, 아이러니한 감성을 그린 곡이다. 앨범이 흐를수록 막판에 터질듯 하던 감정이 끝내 다른 방식으로 터진 셈이다. 팝스타 라나 델 레이를 연상시키는 임성현의 몽환적인 보컬은 오히려 그런 울분에 힘을 더한다. 무심한 듯 툭, 치고 나오는 음색이 울분을 대신한다. 목청껏 소리치지 않아도 담담하게 전하는 절망과 희망, 양지와 음지가 동시에 묻어난 트랙이다.

미국에서 '살인'을 뜻하는 숫자 '187'을 타이틀로 내건 만큼, 재킷부터 강렬하다. 잔뜩 피가 묻은 채 두 팔이 묶인 메인커버부터 살인을 의미하는 곳곳의 키워드가 살기를 느끼게 하지만, 음악은 오히려 여유로운 분위기를 선사한다. 재킷과 음악 모두 바스코 자신이 걸어야 될 험난한 길에 대한 예고이기도 하다. 때론 사람을 믿고 의지했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는 자전적인 얘기, 음악은 곧 현실에 절망하는 절규의 목소리가 되기도 하고 잔뼈가 굵은 래퍼의 자신감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전 작 [몰로토프 칵테일]에서 보여준 마초 느낌과는 또 다른 분위기다. 바스코는 이혼, 배신 등을 겪으면서 느낀 솔직한 감정, 그리고 힙합 뮤지션으로서의 자세를 잃지 않고자 노력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바스코는 스스로 변화의 길을 걷고자 했다. 마치 변하지 않는 듯 꾸준히 걷는 식이다. 지난해에만 정규 4집 [게릴라뮤직 엑소더스], 프로젝트 [몰로토프 칵테일] 2장의 앨범, 그리고 새 EP까지, 음원차트 성적과 별개로 꾸준히 결과물을 발표하는 자세 만으로도 박수를 받을만 하다. 마지막 분노의 씨앗을 뿌렸다. 그리고 새로운 음악 실험은 올해도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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